그냥 넘기려 했는데, 뭔가 자꾸 마음에 걸려 살았다. 휴

사람이 뭔가에 끌릴 때는 이유가 없습니다.
딱히 조심하자는 생각도 안 들었고, 일단 편하니까 그냥 써봤습니다.
처음엔 정말 아무 문제 없었어요. 아니, 오히려 ‘이런 곳도 있네?’ 싶을 만큼 빠르고 깔끔했죠.
승부도 원활했고, 설명도 잘 돼 있었고, 특히 상담 대응이 너무 매끄러워서 의심할 이유가 전혀 없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딱 하나, 이상한 느낌이 있긴 했어요.
뭐랄까, 설명은 너무 완벽한데, 진짜 사람하고 대화하는 느낌이 안 났어요.
문자 하나하나가 기계적으로 정확하고, 뭔가 정해진 틀 안에서만 말하는 느낌이었습니다.
그걸 그때 왜 못 알아챘는지, 지금 생각하면 속이 뒤집힙니다.

충전까지는 진짜 숨 쉴 틈도 없이 빨랐습니다.
문제는, 환전이 시작되면서부터였어요.

조건? 확인 절차? 아니 그냥 핑계입니다

환전을 요청하자 바로 조건이 붙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간단한 본인 확인이라더니, 하루 이틀 지나면서 증빙 요청이 계속 나옵니다.
사진 하나 보냈더니, 갑자기 특정 문구를 적어서 찍으라 하고,
그러고 나면 또 다른 걸 요구하고.
이게 무슨 인증인지, 그냥 계속 조건이 생겨나는 느낌이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알았습니다.
이건 '절차'가 아니라, ‘거절’을 위한 과정이란 걸요.
그냥 안 해주겠다는 걸 돌려서 말하는 방식인 거죠.
당신 잘못이 아니라고 하면서, 계속 다음 단계를 줍니다.
결국은 못 받게 돼 있습니다.

진짜 환장할 노릇이었던 건,
이 모든 게 완전히 정리된 매뉴얼처럼 작동하고 있었다는 거예요.
누가 물어봐도 당당하게 말할 수 있게끔 설계된 거죠.
정말 철저하게 만들어진 구조였습니다.

어디서부터 꼬였나, 후회는 나중에 오더라

처음부터 이상했단 걸 왜 무시했을까.
설명은 너무 말끔했고, 응대는 너무 빠르고 정확했고, 흐름은 너무 부드러웠고,
그게 전부 신호였는데도 말이죠.
이젠 알겠습니다.
사기라는 건, 조잡해서가 아니라 너무 '정교해서' 더 무서운 겁니다.

당하고 나서야 검색해 봤어요.
혹시 나 같은 사람 또 있나 싶어서요.
근데 막상 찾아보면, 단편적인 얘기들만 나옵니다.
욕설 섞인 분노, 요령 없이 흩어진 글들.
딱히 도움이 안 되는 말뿐이었죠.

그러다 우연히 먹튀위크라는 곳에서 글을 하나 봤습니다.
다른 데랑은 달랐습니다.
이건 그냥 후기 수준이 아니었고,
말하자면 사건 해부였습니다.

어떻게 유입되고, 어떤 식으로 신뢰를 만들고,
언제 조건이 붙고, 어떤 식으로 대응을 유도하며,
결국 환전을 막는 방식까지 다 정리돼 있었어요.

보면서 기분이 이상했습니다.
내가 겪은 일이 거기 줄줄이 써 있고,
나는 그 시나리오 안에서 그냥 움직였던 거더라고요.

속은 게 아니라, 계산된 시스템 안에 있었던 겁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이겁니다.
이건 단순히 사기를 당한 게 아니라,
애초에 그렇게 하도록 ‘유도’된 구조 안에 있었단 거예요.

그걸 보고 나서야 좀 정신이 들었습니다.
내가 멍청했던 게 아니라,
이미 그렇게 짜여진 판에 들어갔던 거였다는 걸요.
그리고 나서 더 이상 얽히지 않게 빠르게 접었습니다.

내 정보는 이미 많이 넘어간 상태였고,
솔직히 그 부분은 지금도 좀 찝찝하긴 합니다.
하지만 더 잃진 않았습니다.
거기서 멈췄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사람들이 말합니다.
조심하라, 함부로 믿지 마라.
근데 조심만으로 막을 수 있는 일이라면
애초에 이렇게 당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겠죠.

문제는 정보가 없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 정보는 감정 섞인 후기나 막연한 불안으로는 절대 찾을 수 없습니다.
정확히 어떤 방식으로 움직이고,
무엇을 노리는지 분석한 글을 봐야 합니다.

그걸 제가 어디서 봤는지는 굳이 강조하지 않겠습니다.
먹튀위크였습니다.
그 글 하나가 제 결정을 완전히 바꿔놓았습니다.

다시는 그런 시스템에 휘말리고 싶지 않아서
이 글을 남깁니다.
누구든 지금 그 이상한 기분을 느끼고 있다면,
무시하지 마세요.
그 느낌은 맞습니다.
그리고, 늦지 않았습니다.